MZ세대의 플렉스(Flex)는 하나의 소비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영단어인 flex는 ‘무언가를 자랑하다’라는 뜻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본인 기준으로 큰 돈을 소비함으로써 얻는 재화에 대한 자랑’이라는 의미로 주로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돈 자랑’.

구체적으로는 돈이 없는 대학생이 알바로 번 돈으로 편의점 음식만 먹으며 명품을 구매한다거나 월세 단칸방에서 살면서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등의 다소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는 소비 행태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렇게 힘들게 구매한 제품을 SNS에 올려 자랑하면 비로소 진정한 플렉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플렉스라는 말이 보편화 되다 보니 평소에 돈이 아까워서 사지 못했던 물건을 큰 맘 먹고 사면 ‘플렉스’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여기에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라는 뜻을 가진 ‘영끌’이라는 단어를 합치면 ‘영끌 플렉스’가 된다. 영끌해서 부동산을 샀다. 영끌해서 주식을 샀다. 영끌해서 플렉스를 했다. 이런 식으로 영끌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분수에 맞지 않는 혹은 가진 것을 모두 올인하여 자산이나 재화를 구매했다는 얘기다.

어쨌든 이러한 소비 방식은 과거 김생민씨가 MC를 맡았던 ‘영수증’같은 TV 프로그램에서는 욕을 잔뜩 먹을 일이 되겠지만, ‘구매’ 혹은 ‘소유’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내 돈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라며 꼰대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공개적 비판이 조심스러운 시대이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글로벌 기업들은 ‘빚을 빛이라 부르는’ MZ세대들이 더욱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도록(다른 말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도록) BNPL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이다.

BNPL은 ‘Buy Now Pay Later’이라는 말의 약자로 ‘지금 사고 나중에 결제’하는 서비스다. 신용카드 할부 서비스와는 다르게 소비자의 신용 등급에 관계없이 이용 가능하며 소비자가 결제 업체에 내는 분납 수수료가 없다. 오히려 소비자와 판매자 중간에 끼는 결제 업체가 판매자에게 수수료(5%이상)를 높이 매겨서 이득을 보는 구조이다.

그럼에도 판매자들은 굳이 높은 수수료를 결제 업체에 부담하면서 BNPL을 도입하려고 할까? 미국은 2020년에 BNPL서비스를 이용한 가맹점들의 숫자가 많아졌다. 이들 중 여러 업체에서 동 기간 전년 매출보다 2배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한동안은 BNPL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기업들이 이러한 매출 증대나 신규 회원 유입 효과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카드도 없는 소비자가 사고 싶은 제품을 할부로 살 수 있다 보니 이미 BNPL이 자리 잡고 있는 미국에서는 MZ세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가뜩이나 절약보다는 소비가 미덕인 사회에서 BNPL과 같은 금융 기법은 자연스럽게 과소비를 부추기게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가계 부채는 과거 한국의 신용카드 사태와 마찬가지로 숙명적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몽골의 경우 지난 1 ~ 2년 간 온라인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핀테크 대출 사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들은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하려고 하면 편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링크를 제공한다. 이런 경우는 운영사 대부분이 유통업과 금융업을 동시에 영위하고 있는 몽골 대기업들이다. 고객만 끌 수 있다면 일반제품과 대출상품 모두를 한 곳에서 판매하는 셈이다. 따라서 몽골 온라인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몽골 대기업 간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울란바토르에서 각광 받던 전당포 사업이 사양 산업이 되고 있는 큰 이유 중에 하나는 핀테크 업체들의 대출 상품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몽골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전당포 사업의 금리를 제한하고 있는 부분도 크지만 다른 대기업 대출 상품들에 밀려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세계적인 ‘영끌 플렉스’에도 불구하고 그 과실을 소수 대기업이 가져가는 것은 몽골도 예외가 아니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놀랍도록 성장하는 온라인 시장의 그늘 아래는 힘없는 자영업자들이 있다. 특히 이번 전염병 사태를 계기로 오랜 기간 락다운을 받아들여야 했던 이들은 늘어나는 빚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몽골의 MZ세대는 언제까지 빚으로 ‘플렉스’를 할 수 있을까.

소비와 대출을 동시에 장려하는 쇼핑 문화를 내버려 두는 당국의 규제는 장기적으로 경제적 건전성을 마련해야 하는 몽골 경제를 고려해 볼 때 약간 아쉬운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