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1일부터 시작되는 한국인에 대한 몽골 관광 무비자 정책은 죽어가는 몽골 관광업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묘책이다. 그 동안 말로만 이뤄지던 몽골 관광 부흥에 대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실질적 정책이라고 하겠다. 최근 몇 주 동안 몽골 내에서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정책에 대한 소문이 여러 루트를 통해서 돌았었다. 아마도 내년쯤 실행을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했었는데 예상을 뒤엎고 올해부터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몽골 정부에서는 최근에 들어서야 한국인들을 영향력 있는 관광객으로 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언론에는 몽골에 관광목적으로 방문하는 국가 순위에 1, 2위를 중국과 러시아로 발표하면서 이들 나라에 대한 관광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식의 논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몽골을 단기 방문하는 중국과 러시아인들의 대다수는 비즈니스가 주 목적이다. 관광 피크 시즌인 여름에 울란바토르나 테를지를 보면 그렇게 많이 온다는 중국인이나 러시아인 관광객들의 얼굴을 보기 쉽지 않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들은 국경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를 순위에서 제외하면 실제로 몽골을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국가 1위는 한국인이다. 2019년만 해도 몽골을 방문한 관광객은 10만명이었다. 울란바토르 시내나 테를지, 고비 사막 등 어디를 가도 한국 사람들을 마주치기 어렵지 않다.

몇 년 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몽골이 몇 번 등장하면서 몽골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이 급격하게 늘었다. 따라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투어 상품을 제공하는 현지 여행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겼고, 이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따라서 홉스골이든 고비사막이든 몽골의 독특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들을 쉽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유럽인을 대상으로 값비싼 투어상품을 판매 하던 대형 여행사들은 한국인 대상 여행사들이 가격 경쟁을 하면서 몽골 여행의 질과 가격을 떨어뜨린다고 폄하하기도 했었다. 관광업에도 경쟁 문화가 생긴 것이다.

작년에 봤던 몽골 기사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국에 들어와서 쓰는 돈이 자국민 관광객들이 자국에서 소비하는 액수보다 작다고 하면서 몽골 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봤다. 현실과 참 동떨어진 부분이다. 대부분의 현지 여행사들이 관광객들에게 투어비를 현금으로 받아서 소득 신고 자체를 하지 않는데 당연히 통계 상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쓰는 돈이 보일 리가 있겠는가? 만약 자국 관광객들이 자국에서 소비하는 액수가 그렇게 많다면 많은 관광 관련 업체들이 코로나 기간에 망할 리가 없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 기간에 외국인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캐시미어 브랜드 1위인 ‘고비 캐시미어’가 거의 파산 지경에 이른 적이 있다.

어쨌든 이런 와중에 한국인에게 무비자 혜택을 제공한 것은 몽골 정부와 업계가 한국인 관광객을 달리 보기 시작했고, 관광업 활성화를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준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몽골 관광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남아있다. 바로 비싼 항공권 가격이다.

올해는 저가 항공사에 몽골 노선이 분배가 되면서 본격적인 할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가 6월부터 본격적인 운항을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내보냈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할인을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몽골 정부에서 다른 항공사들의 최저 가격을 통제해왔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도 신규 진입하는 항공사에 가격 담합을 강제한다면 기존 티켓 가격과 큰 차이를 만들기는 힘들 것이다.

현재 오픈된 대한항공의 7월 항공료를 보면 최소 110만원에서 120만원 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름이 가까워질수록 항공료가 기하 급수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3시간 반 거리의 왕복 항공권의 가격이 백 만원을 넘어간다면 차라리 유럽 여행을 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몽골이 아시아의 스위스라고 하는데 차라리 돈을 좀 더 보태 진짜 스위스를 가는 게 낫다. 비슷한 거리에 있는 필리핀의 경우 저가 항공사의 항공권을 미리 예매한다면 왕복 20만원대에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몽골 정부가 주도적으로 항공료 경쟁을 붙이지 않는다면 관광 분야에서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동남아 국가들만 보더라도 항공권이 저렴하니 1년에 몇 번씩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있지 않은가.

몽골 정부의 화끈한 항공 관련 정책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