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사설 –

20대 초반, 몽골이 그냥 좋아서 주변 반대를 무시하고 떠났을 때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들기 시작한 20대 중후반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언어습득능력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후부터는 가뜩이나 몽골어 취업시장이 좁은데 나의 실력 가지고 취업이 가능할지 자신도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무식하면 용기라도 있다고 머리는 똘똘치 않으나 외향적인 성격과 초면임에도 주절주절 떠드는걸 좋아하는 푼수인 덕분에 현지에서 여행사 가이드를 하며 신나게 지내왔다. 지난 3년간은 말이다…

하지만 이게 왠 날벼락인가… 코로나19라니…

모두에게 힘든 재난이겠지만 현지여행사를 하는 나에게는 올해도 희망의 건덕지가 하나도 없어보였다.

그리고 막연하게… 앞으로 코로나19뿐 아니라 새로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때만 되면 팬더믹, 세계적 대유행으로인해 관광업계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지 않을까 라는 불안감이 들었고 늦기전에 어디 양다리 걸칠곳 없나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여행사를 접는다는것은 절대 아님!)

몽골어 외엔 아무것도 없는 30대 중반의 내가 제주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카페알바생 정도가 최선인것인가.. 라고 고민하고 있을 때, 해외봉사단원연합회(KOVA)에서 공지사항을 보게 되었다.

의료통역 전문과정은 국내 외국인환자 유치 증가에 따라 한국의료진과 외국인환자 간의

​의사소통을 돕는 전문 의료통역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이라고 한다.

양성언어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아랍어, 몽골어, 베트남어 총 7개 언어인데 그 중 몽골어가 딱! 있는것이 아닌가!

처음 내가 몽골어를 배운다고 한국을 떠났을 때만 해도 취업이 가능한 곳은 정말 정말 잘 풀려야 출입국관리소, 국정원, 외사경찰, 주몽골한국대사관 정도라고 생각했고 처음 각오는 당연히 2-3년 빡쎄게 몽골어를 공부해서 공무원이 되자! 였다. 하지만 필드가 좁아 세간에 관심이 적을수록 뭐시기뭐시기 한것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었다(이건 개인의견임).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여행사나 가이드뿐이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세 세월이 흐르고, 다행히도 한-몽간 외교상황이 점점 좋아지는 탓에 몽골어를 활용하여 할 수 있는 분야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듯 하다. 그 중 하나도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 있는 동안 카페 알바생이나 할 수는 없고 마침 시간도 기회도 좋은것 같아 코로나시기에 뭐 하나라도 건져보자 라는 마음으로 이 과정에 지원을 하게 되었다.

– 이제부터 본론 –

의료통역전문과정은 보건복지부산하 인력개발원에서 진행하는 양성과정으로 국비지원+자비 50만원의 등록금이 있다. 실은 카페알바생 신분으로 50만원의 수업료는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일단 합격부터 하고 고민하기로 하고 지원을 했다.

양성과정이라 별도의 자격증이 나오는것도 아닌데 불구하고 서류전형, 면접전형을 통과해야만 수강을 할 수 있었고 의료통역사 자격검정시험이 매년 하반기에 진행되고 있는데 별도 시험을 봐야한다고 한다. 

서류전형 지원자격

(한국인 기준) 해당언어학과 졸업생이거나 해당언어권에서 3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해당언어권에서 근 10년 거주를 했으니 요건은 무난히 통과~

(서류는 출입국기록 및 비자사본 제출을 해야한다)

서류전형 지원하기

일단 크게 어려운점은 없었다. 첫페이지에 간단한 인적사항과 자격증 유무 등을 적고 두번째 페이지에는 지원동기, 관련활동 등을 자기소개형식으로 쓰는것이었다.

나의 경우에는 몽골에서 석사과정 수료를 한 내용과 코이카단원경력, 몽골에서 생활하는 동안 간간히 했던 통역알바나 봉사에 대한 내용을 적었다.

가장 난감했던 것이 지원동기 부분이었는데 솔찍히 내가 의료통역에 엄청난 열정과 경험이 있는것은 아니라 고민을 많이 했던것 같다. 포장해서 쓰려면 쓸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내 방식이 아닌지라 그냥 솔직하게 젊은 나이에 몽골이 좋아 살면서 언어를 배우긴 했는데 나이먹고 한국에 오니 할 일이 없어서 몽골어 관련 일자리 알아보다가 지원하게 됬다고 적었다;;

자기소개서는 2장 내외로 적으라고 써있었는데 아무리 말을 길게 하고 싶어도 직설적으로 적어내려가다 보니 더 이상 살 붙일 내용이 없어 담백하게(?) 한장 꽉 채워 제출하였다.

면접전형 준비하기

서류전형 응시 후, 혹여나 내 자소서가 성의없다고 해서 떨어지는게 아닐까 조바심이 났다. 다행이도 3월 9일 1차합격 문자를 받게되었고 4일뒤에 있을 면접준비를 하기위해 의료통역사양성과정 몽골어편 책을 급히 구입하여 벼락치기하듯 공부를 하였다.

면접에 대체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몽골어로 막 엄청 어려운 의료용어를 묻는건 아닐지 매우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구입한 책이었는데 책을 받아 펼쳐보니 맨붕이 미친듯이 터졌다….

구입한 책은 요 책이고…

첫페이지부터 맨붕대환장파티,,, 한글로도 뭔말인지 모르겠음….

이건 뭐 벼락치기로 해결이 되는 문제가 전혀 아니었다. 책은 사놓았으니 앞으로 쓸일 있겠거니 하고 그냥 쭉 훝어보고 그냥 자기소개 1분정도 준비해서 외우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긴장되던 면접당일,

요즘 코로나로 인해 면접, 수업 등이 모바일로 진행된다고 했다. 만약 평소대로라면 제주에서 서울로 면접보러 날라가야했을텐데 다행히 집에서 상의만 깔끔하게 차려입고 후덜거리는 다리가 보이지 않게 예쁘게 카메라각 잡아놓고 대기를 하였다.

우선은 몽골어면접전형통과자가 생각보다 많아서 깜짝 놀랐다. 각 언어권별로 10명 내외로 뽑는걸로 알고있는데 몽골어만 4인 1조 면접조가 총 5개조였다. 그리고 한국인은 나 포함 한 4-5명이었고 몽골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몽골어 2조였고 2조에는 한국인이 나 혼자였다. 다행이었다… 나 말고 다른 한국인면접자의 실력이 엄청 뛰어나면 굉장히 쫄았을텐데 한국인은 어짜피 나 혼자니까 맘 편하게 면접을 보기로 했다.

면접내용&분위기

면접관은 총 2분이었는데 아마도 한분은 몽골어관련교수님이거나 몽골어를 굉장히 잘 아시는 분일것 같다. 분위기는 막 그렇게 차갑지도, 친절하지도 않은 그런 분위기였다. 

1인당 주어진 면접시간은 5분 내외이고 그 중 자기소개가 1분 정도였다. 1인당 5분이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내가 한국인인지라 혹은 잡다하게 한 일들이 많아서인지 질문을 많이 하셨다. 우리 조에선 내가 제일 오랜 시간동안 면접을 본 것 같다. 

1. 자기소개를 몽골어로 준비한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첫번째로 몽골어로 자기소개를 했는데 기본적인 몽골어능력을 보시는 것 같다. 그 외의 질문에서는 몽골어를 사용할 일이 없었다…

2. 몽골에 가게 된 동기와 오래 생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질문하셨다. 대답은 그냥 젊은 날에 가보니 막연히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일년 이년 머무른게 근 10년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3. 당연히 빠지지 않는 의료통역사양성과정 지원동기… 이력서에 적은대로 나이먹고 일자리 찾다가 지원했다고 했다. 이 교육과정이 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도 질문하셨고 사실대로 답했다.

4. 통역경험과 의료통역 외 다른 통역활동에 대해서도 질문하셨다. 아마 가장 점수가 높게 쳐주신 것이 ASEM 국제회의 및 정상회담때 청와대출입기자단 수행 및 통역활동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몽골에서 유학생신분으로 살다보면 어렵지 않게 얻는 기회인데 남들 보기엔 굉장히 간지나는 이력이긴 하다.

마지막으로 하신 질문은 사는곳이 제주도인데 혹 대면교육으로 전환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였다.

사실 제일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혹여라도 그렇게 된다면 내가 과연 매주 하늘에 돈 십만원 이상 뿌리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을까 싶다… 하아…. 이건 일단 수원에 거처가 따로 있으니 통근 가능하다고 대답했다ㅜ

혹시 그렇게 된다면… 지금 하고있는 꿀알바를 그만두고 수원에서 알바를 찾아봐야할텐데 나이 서른 중반이 수도권에서 과연 카페알바를 할 수 있을까 싶다. 정 안되면 편의점이라도 지원해봐야지ㅠ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최종면접합격일,

혹시라도 떨어질까 정말 걱정 많이 했는데 이렇게 문자를 받고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물론 곧 내 최저임금 통장에서 거금이 빠져나가겠지만 이 과정을 통해 얻게될 것은 클 것이라 믿고있다.

처음 몽골에 갈때만 해도 몽골어 배워다 뭐할거냐, 말타러 몽골에 가냐 이런말만 들었는데 다행이도 점점 몽골어를 배움으로써 할 수 있는 일들이나 직업군들이 많아지는것 같다. 내가 처음 몽골어를 배우기로 결심했을때만해도 이런 직업군은 있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새로운 일들이 생긴것처럼 혹시 몽골어를 배우고 싶지만 써먹을 곳이 없어 고민인 사람이 있다면 주저없이 도전하라 하고싶다.

아마 10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일자리와 직업군이 생기고 지금 시작해야만 우위를 점령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으로 의료통역사양성과정 몽골어 지원과정을 마치도록 하겠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