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정부가 연초부터 국경을 걸어 잠그고, 매달 통제 기간을 연장하다보니 몽골여행이 가능한 시점을 점치는 것도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문을 열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던 몽골 총리의 얘기를 들으면서 국민들의 의견도 분분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섣불리 ‘국경을 여는 것’ 자체가 중요한 사안은 아닐 것이다. 서민들이야 굶든 말든 어차피 정책 입안자들 입장에서는 피부로 와닿지 않을 것이고,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 그들의 최대 관건이기 때문이다. 급하게 국경을 열었다가 ‘지역 감염’이 시작되면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한다. 현 상황은 마치 대항해시대 중남미로 진출하는, 전염병으로 득실대는 스페인 함대를 해안에서부터 차단하는 느낌이다. (감염병 차단 측면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비단 몽골만의 사회적 현상은 아니지만 시민들은 정부의 통제에 따르기만(?) 하는 것에 익숙하다. ‘코로나’라는 키워드를 붙이면 모든 논리가 해결되는 모양새다. 보건부 인사는 실질적으로 백신이 확보 가능한 2022년까지 국경을 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서민경제와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멘트라고 본다.

그러던 와중에 몽골 주요산업 중 하나인 캐시미어 업계는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1kg당 10만 투그릭을 유지하고자 했던 정부 의지와는 다르게,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유목민은 kg당 2만 투그릭에 팔고 있다는 기사도 나온다. 이미 빚을 진 상황에서 추가로 빚을 내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관광산업은 어떤가. 몽골 여행관련 카페로 잘 알려진 ‘러브몽골’에서도 더 이상 ‘여행 동행자’를 구하는 글이 올라오지 않는다. 가끔 동행 구하는 글이 올라오면 오히려 몽골 사정을 잘 아는 한인들이 어린 아이 달래듯 ‘일단 포기하시라’는 댓글을 단다. 관광업으로 먹고 사는 대다수의 한인들에게는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여름 한 철 장사로 1년을 버텨내는 몽골 현지 여행사와 관련 종사자들은 당장 대안을 찾아야 하는 현실이다. 

이로 인한 사회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에 본 기사에서는 올해 4월까지 울란바토르에서 생계형 범죄가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취약계층이 주로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당연히 범죄 발생빈도가 높다. 이들 입장에서는 코로나로 죽나 굶어 죽나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글쓴이가 의료 전문가는 아니지만 백신이 개발되어 전세계에 보급되는 것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변형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백신보다는 치료제에 희망을 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같은 전염병이 아주 소수의 산업(의료, 제약, IT)에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1년 이내에 적당한 치료제의 등장과 함께 코로나의 공포심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각국의 여론을 통해서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만약을 생각해야한다. 이런 상태가 오래 간다면 몽골정부도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 할 날이 올 것이다. 이미 IMF 구제금융하의 몽골 경제는 신음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아무쪼록 총선 이후에 권력을 잡는 이들이 합심하여 국가의 미래를 위해 현명한 선택과 준비를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