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토르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호텔인 ‘선진 그랜드 호텔’ 앞 큰 길가 양쪽 끄트머리에는 로터리가 있다. 그 중에서 테를지 방향으로 가다가 만나는 로터리에는 아래의 사진과 같은 동물을 형상화한 동상이 있다.
 
그 동물은 바로 몽골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견종인 방카르(Bankhar) 혹은 방하르이다.
 
 
여담이지만 지도자를 우상화하는 프로파간다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주의 시절을 거쳐서 그런지 몰라도 울란바토르 곳곳에서 동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테를지 근방의 대형 칭기즈칸 기마상부터 시내에서 자이승 들어가는 사거리에 있는 낙타상까지, 도시 곳곳에서 동상들이 위상을 뽐내고 있다.
 
그러니까 그런 조각상들 중에서 그것도 로터리를 하나 쥐고 앉아 있는 ‘방카르’에 대해서는 사실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몽골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동물인지 알 수 있다.
 
울란바토르 도심지에서는 방카르를 보기 힘들다. 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가끔 키우기도 하는데, 그 수가 많지 않아서 밤 중에 개가 시끄럽게 울어서 잠 못드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주인이 산책을 시키는 강아지들을 가만히 보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애완견으로 키우는 견종이 더 많아 보인다. 방카르는 덩치가 좋고 용맹해서 주로 집을 지키거나 가축을 보호하는데 제격이다. 그래서 아파트가 많은 도심에서 만나기 힘든 것일 수도 있다. 
 
@wikimedia
 
몽골의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외딴 게르촌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그러면 어김없이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방카르 1 ~ 2마리가 차 있는 쪽으로 매섭게 달려온다. 우리를 적으로 보는 건지, 간만에 나타난 이방인이라서 반가운 건지 매번 헷갈린다.
 
이럴 때는 주인장이 안전하다는 의사표시를 해줘야 그제서야 마음 놓고 차에서 내릴 수 있다. 그냥 지나치는 경우에는 게르가 시야에서 꽤 멀어질 때까지도 쫓아와서 짖는다. 위의 사진과는 다르게 필자가 만난 시골 방카르들은 주로 목줄이 풀려 있었다.
 
비영리 단체인 Mongolian Bankhar Dog Project(몽골 방카르 프로젝트)는 방카르를 연구, 번식, 훈련시켜서 몽골 초원의 유목민 가족에 입양시키는 일을 한다. 이들 방카르의 주요 임무는 주인이 키우는 가축을 눈표범, 늑대, 불곰, 여우, 독수리를 포함한 육식성 동물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목축업자들이 방카르를 키우는 경우에 가축들이 맹수로부터 공격 받는 일이 80~100% 줄어든다고 하니, 방카르는 사업적으로 꼭 필요한 자산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몽골인들은 방카르가 게르를 지킬 뿐 아니라 귀신을 쫓는다는 믿음까지 갖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몽골인들에게 방카르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고마운 방카르에게도 ‘고난의 시대’가 있었다고 한다. 1920년대에 공산주의 시대가 열리면서 방카르의 가죽이 러시아에서 만드는 고급 코트의 원료로 사용되는 비극을 겪은 것이다.
 
아마도 당시에 울란바토르에 살던 방카르는 씨가 말랐을 수도 있겠다. 인간의 욕심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