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토르에서 저렴한 고기와 채소를 구하려거든 미르꾸리로 가라”라는 얘기를 들었다. 몽골에서는 어떤 마켓을 가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서 미르꾸리를 꼭 가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다. 그래서 미르꾸리는 상상 속에서만 규모가 큰 재래시장이겠거니 하고 있었다. 

‘미르꾸리’라는 이름은 일반적인 몽골어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유를 따져보니 수은을 뜻하는 Mercury(머큐리)를 몽골 스타일로 발음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굳이 풀자면 “수은 시장”이 되는 것이다. 차라리 영문식으로 ‘머큐리 마켓’이라고 했으면 좀 더 세련된 느낌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좌우지간에 그 간에 가 볼 기회가 없었으나, 4월 10일부터 시행하는 2주간의 격리를 앞두고 저렴한 돼지고기나 확보해볼 겸 방문해보았다. 

미르꾸리시장은 2020년에 이전을 했기 때문에 오래전에 가본 사람들이 알던 위치와는 다르다. 지금은 Их Наяд Плаза(이흐 나이드 플라자)라는 건물의 지하에 가게들이 자리를 잡았다.(위치 : https://goo.gl/maps/DhKowtWRGKFHchHU6

쇼핑몰 내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주차장은 편리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방문자에 비해서 주차장의 크기가 비교적 작기 때문에 붐비는 시간에는 주차할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미르꾸리 시장은 건물을 들어서자마자 지하로 내려가면 된다. 

 

벽면을 따라서 매장이 있으며 사진에 나온 것처럼 가운데에도 매장이 배치되어 있다. 기존 ‘시장’의 느낌을 가져오려고 한 느낌을 주는 배치와 장식이다. 이렇게 배치를 해서 그런지 통로가 상당히 좁다. 한 명이 매대를 구경하고 있으면 나머지 사람들은 서로 어깨를 부딪히지 않게 피해서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문, 입구, 통로, 엘레베이터 등을 좁게 만드는 것은 몽골의 보편적인 문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흔하게 볼 수 있다.)

전통과자를 판매하는 있는 매장들도 보인다. ‘아롤(동물의 젖에서 이것 저것 사용하고 남은 찌꺼기를 잘 걸러서 말린 우유 과자)’이라고 하는 유제품으로 만든 과자도 눈에 보인다.

야채 코너의 경우에 여러 상인들이 있는데 각기 취급하는 물건의 종류가 다 비슷하다. 확실히 다른 마켓보다 야채가 저렴하다. 

정육코너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닭고기 등등을 취급하며 작은 규모로 해산물도 취급한다. 다만 해산물은 살만한 물건이 별로 없었다. 이마트에서 파는 냉동 새우를 여기서는 훨씬 저렴하게 팔아서 살짝 놀랐다. 

목살과 등갈비를 각각 2kg를 구매했다. 6만 투그릭이 되지 않는 금액이다. 무엇보다 돼지고기 질도 괜찮았다. 고기가 흔한 몽골이지만 한국 사람 입맛에 맞는 고기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는 않다. 예를 들어 이전에 ‘너밍’이라는 슈퍼에서 별생각 없이 구매한 냉동 소고기의 경우 너무 딱딱해서 먹지 못하고 버린 적도 있다 . 

등갈비를 톱으로 썰고 있는 모습이다. 주인 아주머니가 ‘목살’이라는 단어를 한국어로 알고 있었다.  


미르꾸리 시장이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다.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을 생각하고 방문하면 살짝 실망스럽고 그냥 쇼핑몰에 입점한 슈퍼마켓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다만 한 회사에서 운영하는 슈퍼마켓과는 다르게 각각의 상인이 공간을 임대하는 방식이라서 아이템이 중복으로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막상 원하는 상품은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미르꾸리는 다양한 상품을 사러 오는 곳이라기보다는 일반적으로 구매하는 고기와 야채를 다소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시장으로 바라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