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unen.mn)

몇 년 전부터 울란바토르시에서 꾸준히 진행하는 사업 중에는 ‘토지 이용 개선’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불법 차고지’ 철거가 있다. 울란바토르 시내 골목을 지나다니다 보면 흔히 마주칠 수 있는 것이 바로 위 사진과 같은 차고지다.
 
처음에 이것과 마주칠 때는 무슨 ‘창고’가 아닌가 싶었는데 차고지 각 칸 별로 주인이 따로 있으며 여기에 그들의 차량을 주차한다. 물론 공간의 넓이에 따라서 일부는 창고 목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울란바토르 내 차량이 많기도 하거니와 아파트를 건설할 때 주차장의 크기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지 않은 탓인지, 새로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의 크기가 작으며 한국에서는 흔한 지하 주차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시내 어딜 가든 주차난이 상당히 심각하다. 이렇게 실내 주차장을 만들어서 활용하는 이유는 확실한 나만의 ‘주차장’ 확보에도 있지만, 눈썹까지 얼어붙는 몽골의 강추위 때문이기도 하다. 추운 겨울을 바깥에서 한번 거치고 나면 자동차가 확 늙는 느낌이다. 또한 지역에 따라서 차량을 밖에 두는 것이 위험한 지역도 있기 때문에 재산 보호를 위해서도 안전한 주차장은 적절한 투자로 보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겨울에 주변 아파트나 호텔 등의 실내 주차장을 임대 하기도 한다. 참고로 몽골의 아파트는 분양할 때 실내 주차장이 있는 경우 주차장만 따로 분양하기 때문에 아파트 소유권과 주차장 소유권은 별개로 봐야 한다.
 
상기와 같은 이유들로 창고처럼 보이는 차고지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이런 차고지들은 아파트 근처 혹은 단지 내에 만들어지기도 하고 대로변에 위치하기도 한다.
 
차고지들 중에는 시 당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 공공 토지를 사용하여 불법으로 건축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불법으로 건축하다 보니 설계나 시공 후의 감리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차고지는 건축한 지 오래된 경우가 많아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한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다.
 
불법 차고지는 미관도 좋지 않고 안전상의 위험도 있으며 불법 차고지를 통해서 공공토지를 불법 점유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에 울란바토르시 입장에서는 어쨌든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다만 철거 위기에 놓인 차고지를 소유한 시민들은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입장이다. 차고지마다 다르지만, 한 칸에 천만 투그릭 이상을 투자했는데 일정의 보상 없이 재산을 그냥 날리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나라가 시민의 땅을 강탈해가는 것이니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기존 다른 지역의 철거에도 따로 보상이 주어지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불만을 토해낸 ‘성기노헤르한’ 지역이라 하더라도 다른 방침을 적용할 수는 없다.
 
정부에서 처음부터 강하게 통제했다면 아예 주차장을 짓거나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하는 시민도 있다. 말단 공무원부터 뇌물을 은근히 바라는 몽골의 특성을 고려하면 그간 어떤 식으로 일이 진행되었을지는 안 봐도 뻔하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몇 년 동안 철거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불과 며칠 전에 불법 차고지를 구매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판매한 사람이 사기꾼이나 다름이 없다.
 
울란바토르의 불법 차고지는 ‘무지한 시민’과 ‘부패한 공무원’이 만들어낸 ‘대환장 콜라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