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건물이 없는 도시가 가진 장점 중에 하나는 바로 국지성 호우를 관찰하기 쉽다는 것이다. 먹구름이 낀 곳과 맑은 곳의 차이를 확연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저만치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다면 건물 안으로 미리 들어가서 피할 수도 있다.

울란바토르가 그런 도시 중 하나다. 

몽골은 강우량이 적은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국토 전반에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우리나라의 기업이나 단체에서 직접 몽골에 나무를 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몽골에서는 비가 오면 우산을 쓰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작년에 고비 지역을 방문했을 때는 도착하자마자 비가 왔는데 게르 주인장이 우리가 비를 몰고 왔다며 좋아하기도 했다. 또는 비가 올 때 우산을 쓰면 오랜 만에 비가 왔는데 쓸데없이 우산을 쓴다며 부정 탄다는 얘기를 한다.

그래서 그런지 대도시인 울란바토르에서도 소나기가 오면 웬만해서는 우산을 쓰지 않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세대가 바뀌어서 그런지 젊은 사람일수록 우산을 쓰는 경향도 보인다. 작년에는 CU에서 만든 우산이 몇 일 만에 동이 났다는 기사가 났었다. 브랜드에 대한 호감으로 구매한 사람이 많았을 테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울란바토르에 비가 자주 오는 것도 이유가 될 것 같다.(어차피 필요하다는 얘기) 비에 대한 애정으로 집에 우산 없는 집이 많다고 하는데 요즘이야말로 우산 장수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울란바토르에 내리는 비는 동남아식 스콜에 가깝다. 따가운 햇살에 매우 더운 날씨를 보이다가 갑자기 생성된 먹구름에 소나기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요새 동네를 산책하러 출발할 때는 덥다가 다시 복귀할 때 쯤 되면 비를 만난 적이 많다. 그래서 비를 맞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이라면 작은 우산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참고 : weatherspark.com)

몽골 여행 성수기에 비가 자주 오는 것이 여행자 입장에서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닐 것이다. 맑은 날씨에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하는 것이 우중충한 날씨에 옷이 흠뻑 젖는 것보다는 당연히 낫다.

그러나 물 부족 국가인 몽골의 환경과 비를 기다리는 몽골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헤아려본다면 가끔 촉촉하게 내려주는 소나기도 반가운 존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