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발생한 몽골의 연료 부족 사태는 현 몽골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9월 22일 기준으로 AI-92 휘발유의 재고가 고작 4일치분이 남았다고 발표되면서 언론을 비롯한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는 긴 줄을 기다리고도 차에 기름을 넣지 못한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AI-92 휘발유는 몽골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휘발유이며 고급유로 분류되는 AI-95의 경우 재고가 남아있지만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른 상태다.
 
석유 수급에 문제가 생기자 정부에서는 관계 부처 회의 등을 거치면서 아주 급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방안을 모색 중이다. 공급이 모자란 상황을 이용하여 석유를 고가에 판매한 주유소를 관리함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수급에 대한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때를 놓치지 않고 성명을 발표하여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고 있다. 휘발유가 부족한 마당에 해외와 국내 여행을 금지 시켜야 한다는 극단적인 방안을 내놓았는데 현실과는 동떨어진 궁여지책이다.
 
몽골에 살고 있는 교민들도 주유가 가능한 주유소를 서로 공유하고, 교민이 운영 중인 주유소에서는 한인들에게 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추가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며칠 간 이어지는 국가적인 연료 부족 사태로 단순 불편함을 넘어서 물류업이나 배달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난 5월 미국에서 발생한 ‘송유관 해킹 공격’처럼 특정한 사건 발생으로 인해 생긴 석유 공급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사태는 석유 비축량을 관리하는 정부에서 수급 관리를 잘못한 것이 명백해 보이기 때문이다.
 
몽골 광업부에서는 AI-92 휘발유의 경우 95%를 러시아에서 5 ~ 10% 정도는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언론에서는 러시아 ‘앙가르스크’ 공장의 수리 문제와 러시아 국회의원 선거를 몽골 석유 공급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9월 16일부터 10월 1일까지 몽골에 연료를 공급할 수 없다고 전했다고 한다.
 
9월 16일부터 러시아 석유 공급 문제가 발생했는데 몽골 내에서는 9월 22일 경부터 본격적인 수급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23일 발표할 때 비축량이 4일 남았다고 했으니 27일이면 몽골 내 AI-92 휘발유가 동이 나는 것이다. 단순 계산을 해봐도 9월 16일 시점의 AI-92의 비축량은 약 10일분 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19년이 시작되면서 언론에 발표된 몽골의 AI-92 휘발유 비축량은 28일 분이었다. 이는 몽골 정부에서 정한 기준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만약 9월 22일에도 20일 이상의 석유가 준비되어 있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연료 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몽골 정부는 에너지 안보에 실패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석유 부족을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수급 문제를 미리 인지했었다면 이를 발 빠르게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