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후렐수흐 대통령이 주최한 2021 민관투자협의회 포럼에서는 몽골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제안으로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건전한 투자, 사업 환경을 조성하기 앞서 정/재계 인사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이번 포럼은 앞으로는 매년 개최해야 한다는 재계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몽골 정부의 경제 비전은 복지보다는 일자리를 늘려서 실질 소득을 높이고 생산 및 수출 중심의 국가로 변모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국민의 3분의 1이 빈곤 상태에 놓여있는데 이를 10년 안에 해결해보겠다고 얘기했다.
 
수출 가능한 산업 분야에서 일자리를 늘리려면 몽골 내 생산 기지가 조성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저숙련 노동자들이 많은 몽골에서는 이들의 기술력을 끌어올릴 교육 환경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더군다나 결실을 보려면 인력 및 시설 투자가 장기간 이루어져야 하는데 산업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오랜 기간 많은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대기업이 얼마나 될까. 안 그래도 대기업의 투자금은 플랫폼이나 핀테크 사업과 같은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산업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정부에서 적극 지원하려는 서비스 분야의 육성만으로는 일자리 확대라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이나 계약직 사원을 마구 늘린다면 수치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는 있겠다. 많은 정부에서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재계에서는 여러 가지 불만 사항을 제시했다. 예를 들면 화물 운송 지연에 따른 물가 인상과 같은 문제이다. 보얀트 컴퍼니 이사인 B.Jargalsaikhan은 석탄과 철광석이 철도를 통해 중국으로 수출되면서 되돌아오는 기차가 빈손으로 돌아오는 문제에 대해서 지적했다. 원자재를 주로 싣는 기차에 일반 화물을 운반하는 것이 쉬운 일인지 모르겠으나 몽골 물류 시스템의 비효율적인 측면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말처럼 들린다.
 
 
이사가 제시한 또 다른 문제는 전국적으로 만연한 ‘알콜 중독’이다. 도시와 시골의 모든 사람들이 술에 취해 있어 아무도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해결 방법으로 주류 소비세 인상을 제시했다. 주류 소비량을 줄이면서 세수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몽골에서는 독한 술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 대낮에도 취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급여를 받은 다음 날에는 숙취로 출근을 하지 않는 직원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사장님들이 많다. 재미있는 것은 술로 인한 근무 태만이 저숙련 노동자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인사 시스템이 잡혀있는 기업이나 공무원 사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재계에서 제시한 문제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일자리 강화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사회적으로 만연한 ‘알콜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술을 즐기는 것은 좋지만 업무에 방해가 될 정도로 마시는 것은 사회악으로 규정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N.Ganzorig 몽골 노조이사는 이와 관련해서 경영자들이 노동자를 알콜 중독자로 몰아 부치고 있다고 일갈했다. 모든 노동자들이 알콜 중독자인 것이 아닌데도 경영진들이 노동자를 보는 수준이 지극히 낮다고 얘기했다. 노동자를 보는 부당한 시선과 낮은 대우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이나 일본으로 떠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든 노동자가 알콜 중독자로 일컬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는 발언이지만, 알콜 문제를 가진 근무 태만자에 대한 기업의 강력한 인사 처리 방침에 대해서는 노조에서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콜 중독자에 대한 관대함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알콜 중독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동정도 받지 못하는 추한 환자가 된다. 아편 문제를 앓았던 중국의 근대화 시기에서도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또 다른 기업가가 털어놓은 몽골의 경제 문제는 대중국 육류 수출에 대한 몽골 국민의 불만이다. 몽골 국민들의 강한 반중 정서 때문에 중국으로 육류를 수출하는 업체들이 고질적으로 욕을 먹고 있는 모양이다. 중국 수입품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수출도 반대하는 정서가 좀처럼 이해하기 쉽지 않다. 관련 업체들은 이에 대한 이미지를 국가가 나서서 개선해 달라고 얘기한다.
 
현 몽골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방면으로 경제 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제스처를 보여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번 포럼은 정부에서 좋은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라는 것을 알리는 행사로 각인시켰다는데 그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