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이라는게 민족의 정신을 담는 그릇인데….’
 
영화 ‘말모이’의 등장인물인 구자영이 김판수에게 하는 대사다. 영화 말모이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일제에 의해 우리말의 사용이 금지된 시절,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헌신한 조선어학회 사건을 다룬다. 일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우리말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했던 선조들의 저항정신을 보여주는 영화다. 
 
언어 말살 정책과 이에 반대하는 저항에 관한 이야기는 이제 중국 내몽골자치구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내몽골자치구에서는 몽골족 수천명이 중국 당국의 중국어 교육강화 방침에 강력히 반대하는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어른들은 물론 학생들까지 동참한 이번 시위에서는 주동자급 학부모들이 체포를 당하고 학생이 투신 자살하는 등의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중국 정부의 방침은 몽골 초/중등학생들에게 어문, 정치, 역사를 몽골어가 아닌 중국어로 가르치기로 한 것인데 중국당국의 강력한 한족 동화 정책이 반영된 것이다. 
 
(출처 – wionnews 유튜브방송 캡처)
 
중국 소식 전문 미디어 채널인 ‘비터윈터’에 따르면 내몽골에 대한 문화말살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내몽골인권정보센터의 이사장인 엥헤바투 토고촉(Enghebatu Togochog)은 비터윈터와의 인터뷰에서 내몽골인들의 박해는 2001년부터 시작되었다고 얘기하면서 당시 정부에서 이행한 2가지 정책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목초지 생태계 회복’을 구실로 진행한 ‘생태이주’와 ‘가축방목 전면금지’가 그것인데 내몽골인들의 유목생활 양식 자체를 없애면서 유목민들을 강제로 주변 탄광업체들에 공급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꽤 오래전부터 탄압이 진행된 것인데 이번 언어말살 정책이 더해지면서 몽골족의 반발이 더욱 거세진 것이 표면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시위하는 영상이나 사진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급속하게 퍼지고 있으며, 심지어 독립운동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티베트, 신장 위구르의 예를 보더라도 소수민족의 저항을 수위 제한없는 무력으로 제압하는 중국당국의 행태를 봤을 때, 내몽골자치구 몽골인들의 앞날은 꽤나 어두워보인다. 
 
여담으로 요즘 한국에서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밥그릇 지키기’에 열심인 일부 의사들의 저항은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한 옛 우리 선조들이나 오늘날 몽골인들의 저항과는 질적으로 많이 다르다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