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이 뭐 그렇지” 혹은 “OO은 원래 그런 거 아니야?” 필자는 이런 말들을 경계하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혀서 이런 말을 직접 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왠지 모를 자괴감이 든다. ‘원래 그렇다.’라는 말은 특정 세월 동안 이어져 오던 방식이 있으니 그것에 순응해야지 변화시키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깔린 표현이기 때문이다.  
 
관성의 법칙처럼 어느 사회에서나 조직에서나 굳어진 이치나 암묵적인 규칙이라는게 있을 테니 그것에 적응하는 사고방식도 이해가 가지만, 그것에만 익숙해지면 발전이 없다. 추구하는 방향은 같더라도 이뤄내는 방식은 항상 개선되어야 한다. 
 
 
몇 년 전에 읽은 기사. 한 카이스트 학생이 공익근무 요원으로 근무를 하게 되었다. 공무원이 공익에게 지시한 업무 중의 하나는 특정 데이터베이스를 엑셀로 옮겨서 정리하는 것이었다. 공무원이 지시한 방식으로 일을 하면 하루 8시간 6개월이 걸리는 작업이다. 
 
똘똘한 카이스트 출신의 공익은 본인이 잘 아는 ‘파이썬’이라는 프로그램 언어로 간단하게 제작한 툴로 단 하루 만에 지시받은 업무를 끝내 버렸다.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라는 방식으로 업무를 대했다면 당연히 개선되지 못했을 일이고 그의 후임자도 같은 방법으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달에 올라온 몽골 관련 기사 중에는 몽골 은행이 발표한 코로나 관련 금융 대책이 있었다. 시중은행에 예치된 예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올해 말까지 지급하지 않는 것과 달러 계좌의 경우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것이 골자였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파격적인 정책이 사실상 몽골 시중은행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만든 것인데, 은행들은 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예금을 갖고 있는 한인들이 은행에 문의해도 은행이 내용을 몰라서 한인들 사이에서 기사 내용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현재는 시책을 따르는 은행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서 몽골 은행에서 결정되는 사안들이 몽골 시중은행들과 사전협의를 진행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는 것과 매우 중요한 정책사안을 언론보도가 된 시점에도 시중은행들이 모르고 있을 정도로 커뮤니케이션이 미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디테일이 부족해서 벌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언론의 보도만 봐도 알 수 있다. 몽골 대부분의 언론사는 비판 없는 사실 위주의 기사를 내보는데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보도 내용에 디테일이 부족하다. 육하원칙에 해당하는 ‘언제’나 ‘어떻게’를 하나씩 빼먹는 경우가 있어서 관련 관공서에 문의를 해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어떤 혜택을 받으려면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신청서는 어디에서 어떻게 구하는지, 혜택을 받는 대상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경우가 있다. 보고 있노라면 몽골 유명 언론사에서 일하는 기자들이 정보를 분석, 조직하는데 일가견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깨버린다. 먼저 정보를 접한 후, 불확실하면 묻고 또 물어서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심지어 세부적인 내용에서 언론사마다 내용이 다른 경우도 있는데 참 난감하다. 
 
사실 그 이전에 정책을 발표하는 정부 실무자들이 차후에 발생할 질문 등에 대해서 미리 고민해봤다면 기본적인 사항을 누락하고 발표하는 일도 적어질 것이다. 정부 기관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보면 공지사항 게시판에 몇 년 전 글만 보이는 것이 다반사이다. 심지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웹사이트 주소가 바뀐다는 얘기도 있다.  
 
 
디테일의 부족은 정부나 언론기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몽골에서 가장 잘나가는 온라인 중고마켓은 ‘운구이(Unegui)’라는 곳이다. 많은 셀러들이 중고 제품도 팔고 새 제품도 판매를 하는 곳인데 그곳에 올라온 물건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설명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물건의 경우 내부 사진이라도 올리면 정말 ‘땡큐’다. ‘위치 정보값’을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된 사이트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업체나 개인이 드물다. 
 
일본 환경부 장관인 ‘펀쿨섹좌’가 하는 말처럼 설명을 길게 하는 것은 ‘섹시’하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물건을 찾는 구매자 입장에서는 좀 더 많은 설명이 있어야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더군다나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한계를 극복하려면, 다양한 설명과 이미지를 통해서 구매 의욕을 자극하는 ‘셀링 포인트’를 잡아야 할 텐데 그런 게 없다. 
 
페이스북으로 바이 앤 셀(buy and sell – 물건을 사서 재판매하는 형태)을 하는 대부분의 판매자가 제품의 상세정보를 올리지 않는다. 상황을 봐서는 경쟁이 느슨한 것도 아닌데, 그쪽 분야에서 선두에 서서 리드하는 그룹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모범사례(Best practice)가 보이지 않는다. 모범사례가 없으니 다들 ‘그냥 그렇게’ 한다. 
 
 
다행히 요즘은 젊은 몽골인들이 몽골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오오오오력을 하고 있다. 
 
① 페이스북의 피드만 봐도 직무능력 향상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하루가 다르게 다양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직장인의 스킬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니즈를 반영해서 영어교육이나 오피스 제품에 대한 교육 컨텐츠가 특히 많아지는 추세다. 
 
② 해외 유학을 다녀온 몽골인들이 몽골에서 성공을 이뤄내기 위해서 창업을 하고 성장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동일 업종에 진취적으로 운영하는 몇 개의 업체만 경쟁해도 서비스 수준이 빠르게 올라간다. 유튜브에서 컨텐츠 제작자들이 늘어나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서로 동기부여가 된다. 
 
③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민간 엔젤 투자가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이들이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브랜드 잠재력을 판단하고 투자 환경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이다. (정부 투자는 인맥이 없으면 어렵다는 말이 있다.)
 
④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를 우대해주는 분위기가 조성이 되고 있다. 덕분에 서비스 분야는 기간 산업에 비해서 놀라울 정도로 빠른 디지털화를 이루고 있다. 
 
 
맺음말
 
‘디테일을 좀 더 챙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사례가 종종 보인다. 답답하다. 필자도 많이 부족해서 ‘어떻게 하면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하는 편이다. 일을 잘하는 내 주변인들을 볼 때 많은 동기부여가 된다. 정말 끊임없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 서점가에는 ‘자기계발분야’ 서적이 넘치고 넘친다. 이런 부분을 몽골인들이 벤치마킹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나라도 자기계발붐이 일던 초창기에는 일본이나 미국서적의 번역본이 많았다.(개인적으로 일본서적은 ‘디테일’, 미국서적은 ‘사업가 정신’에 배울 점이 있었다.)
 
몽골 정부의 ‘외국인에 대한 경계’에 대해서 항상 아쉬움을 느끼지만, 젊은이들의 사업가 정신과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조성하는 몽골 정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야말로 미래에 대한 투자를 이끄는 에너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