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3개 항공 공동체 스카이팀, 스타얼라이언스, 원월드는 최근에 성명을 내고 각국 정부의 입국자 격리 조치는 확실한 방법이 아니며 ‘백신 여권’ 도입만이 대안이라고 했다. 여행객이 코로나에 대한 면역력이 있음을 증명하는 디지털 여권을 사용해서 여행업을 예전처럼 되돌리자는 얘기다. 면역력이 있음을 증명하는 자료는 코로나 진단 검사 결과와 백신 접종 이력 등이 활용된다.
 
언론에 ‘백신 여권’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오자 여행 시 입국 제한이나 격리 조치가 완화될 수 있다는 희망에 많은 이들이 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러 업체들이 현재 스마트폰 앱을 통한 시스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위스의 ‘코먼스 프로젝트’는 세계경제포럼과 함께 ‘코먼패스(Commonpass)’라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IBM에서는 ‘IBM 디지털 헬스 패스(IBM digital health pass)’라는 앱을 발표했다.
 
(IBM 디지털 헬스 패스 소개 영상 캡쳐)
 
 
IBM 디지털 헬스 패스 소개 페이지에 보면 ‘사람들을 직장, 학교, 경기장 또는 비행기 비행과 같은 물리적 위치로 되돌릴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해외여행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나 조직에 백신 여권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하여 방문자들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런 통제 방식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중국에서는 코로나 진단 결과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도시 간 이동 시 제시 하도록 하고 있다. 건강 정보를 포함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유흥업소 등에 방문 시 QR코드를 찍어서 기록을 남기게 하는 시스템을 운용했으며 이는 현재 몽골에서도 시행 중인 방법이다.
 
백신 여권이 범세계적으로 통용되려면 국가 간의 협약을 통해서 국가별로 수집하는 데이터나 인증 방식 등에서 국가 상호 간에 합의되어야 할 사안이 꽤 많을 것이다. 도입 자체를 놓고 벌어지는 개인 정보 활용에 대한 이슈는 현재 분위기를 보면 뛰어 넘기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코로나가 사람들로 하여금 개인 정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사용에 관해서 점점 관대해지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항공사인 콴타스 항공에서도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승객만 국제선 탑승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앞으로는 이렇게 ‘우리 시설을 활용하려면 백신 여권을 들고 오시오.’라는 문구를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백신 여권에 기반이 되는 백신의 효능에 대해서 검증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 접종 여부로 이동권을 제한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진단 키트의 성능이 좋아지고 간편해지는 상황에서는 이는 곧 해결 될 수 있는 문제로 보여진다.
 
다만 국가 간에 백신 접종 시기 등이 다르고 백신 접종이 개인의 자유라고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경제 활동에 인위적으로 제약을 줄 수 있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대중 교통의 활용이나 기타 집합 시설 등을 활용할 때, 백신 여권을 활용하는 것이 의무화 된다면 백신 여권을 가진 자와 갖지 않은 자 사이에 사회 활동에 있어서 격차가 생기는 것이다. 다른 말로 ‘백신 여권’이 제대로 정착된 나라에서는 백신 접종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이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은 코로나 관련 정보만을 담지만 향후에 추가적인 정보를 담기란 매우 쉬운 일이기 때문에 백신 여권 자체를 반대하는 일부 목소리도 있다. 그렇지만 딱히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캐나다 정가에서는 전 국민 봉쇄령이 시행 중인 가운데 해외여행을 다녀온 정치인들의 명단이 나오면서 후폭풍으로 이들의 공직 사퇴가 무더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이 캐나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런 행위들은 일반인들이 ‘고위층’이나 ‘코로나가 가진 위험성’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처사다.
 
차라리 백신 여권이 통용되어서 계층을 막론하고 ‘통행증’을 가진 자들의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더 바람직한 방향이 될 지도 모르겠다. 확진자, 봉쇄, 락다운, 지원금 등등 2020년에 들은 지긋지긋한 단어들을 이제는 지워버릴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