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울란바토르 서울의 거리 초입에는 독특한 모양을 한 ‘서커스’라는 건물이 있다. 전통있는 몽골 서커스단의 공연이 주로 이루어졌던 곳인데 지난 여름부터 공사 중에 있다. 너무 오래된 건물이라서 대표적인 공연장이라고 하기에 사실상 굉장히 낙후된 곳이다.
 
예전에 서커스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공연의 퀄리티에 비해서 공연장의 시설은 수준 이하였다. 멀쩡한 의자가 많지 않은데다가 의자는 너무 좁아서 웬만한 성인 남성은 다리를 벌리고 앉을 수 밖에 없고, 패딩 점퍼를 입고 있었는데도 너무 추웠다. 공연장이 너무 부실해서 공연에 집중하기 힘든 수준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최근에 공사 중이라는 팻말을 보고 ‘그래. 리모델링이 필요하지.’라는 생각을 해오고 있었는데, 몇 주전 공원에서 텐트를 쳐놓고 서커스 공연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왠 텐트? 아무래도 텐트를 쳤으니 높은 곳에서 장비가 필요한 공연은 하기 힘들었을텐데.
 
오늘 기사를 보니 몽골 프로서커스 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커스 건물과 관련된 본인들의 요청사항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들은 몽골의 서커스 학교가 설립된 지 80년이나 되었으나, ‘서커스 건물’이 13년 전에 민영화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본인들의 명성에 비해서 정상적으로 서커스를 훈련할 시설이 없으니 정부에서 마련해달라는 요청이다.
 
@news.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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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루마니아의 도움으로 지어진 서커스 건물은 여성이 착용한 둥근 모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공연장은 2008년에 몽골 씨름선수였던 ‘Asashoryu’D.Davgadorj’가 인수하면서 민영화가 되었다.
 
언론에서는 최초 인수 당시에 건물 인수자가 몽골의 서커스를 ‘태양의 서커스’처럼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몽골 서커스의 공연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서 라스베가스, 파리 등 세계 여러 곳에서 투어를 하고 있다. 따라서 서커스 수입은 대부분이 해외 공연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협회에서는 여름부터 서커스 공연장이 공사에 들어감에 따라 몽골 내에 연습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서 텐트를 치고 연습하는 것이라고 한다.
 
시민들은 건물의 리모델링이 사실상 서커스 건물을 일반적인 상업시설로의 전환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서커스 건물이 개인 사유재산임을 감안할 때 몇 몇 시민들과 언론의 반응은 좀 과하게 느껴진다. 역사가 오래된 건물이니 정서가 담길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중요한 건물이라면 민영화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역시 또 정부 탓인가.
 
어떤 이들은 서커스단이 정부에 지원을 바라지 말고 서커스가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도 한다. 하지만 예술단 하나가 현실적으로 스폰서 없이 어떻게 직접 건물을 지어 올려서 운영을 하겠는가.
 
사업을 스케일업(Scale-Up)하려면 외부 투자와 지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같이 정부나 대기업에서 문화예술에 투자하는 금액이 많으면 괜찮겠지만, 몽골에서는 문화예술쪽에 투자를 받기가 당연히 매우 어렵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몽골이 제대로 된 문화예술공연에도 적절한 관광 예산을 편성해서 몽골을 방문한 외국인이 꼭 봐야할 공연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몽골 정부에서는 관광하면 꼭 칭기즈칸이라는 키워드에만 초점을 맞추는데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
 
한국을 방문하는 많은 관광객들 중에는 한국의 아이돌 기획사나 콘서트를 보려고 방문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사족) 캐나다를 기반으로한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서커스단인 ‘태양의 서커스’는 전염병의 유행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여름 파산 보호 신청을 한 바 있다. 태양의 서커스 대표는 한 때 포브스 500대 갑부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