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대표적인 오축(다섯가지 가축)은 말, 소, 낙타, 양, 염소다. 이중에서 말은 몽골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동물이다. 예로부터 말은 초원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교통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몽골말은 몸집은 작지만 생존력과 지구력이 강해서 거대한 몽골 제국을 만드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자산으로 취급되었다.
말에 대한 몽골인들의 애정은 ‘말보다 좋은 친구가 없고, 고기보다 좋은 음식은 없다’는 속담으로 표현된다. 일반적인 남자들의 자동차 사랑을 생각해보면 생명을 가진 말에 대한 애정이 어떨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차량 내비게이션과 대화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하물며 호수 같은 눈으로 리액션까지 해주는 ‘말’이라니.
말과 관련된 또 다른 표현으로 “말을 보러 간다”는 표현이 있다. 이는 화장실을 갈 때 쓴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 “말젖을 짜러 간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물론 어려서부터 도심에서 자란 요즘 사람들은 이런 표현을 더 이상 쓰지 않겠지만.
다음은 어느 사이트에 ‘흔한 몽골 학생의 일상’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짤이다.
몽골에서는 4살이면 말을 타는 것이 보통이고 통상 집안의 어른인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어떤지 모르겠다. 울란바토르에 사는 몽골 여성들도 고향이 시골인 경우 능숙하게 말을 잘 다룬다. 여담으로 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이 위와 같은 이미지를 보고 몽골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말을 타고 다니는 줄 알지만, 몽골 사람들 대부분 자가용이나 버스 타고 다닌다. 목동들도 양을 칠 때 요즘은 오토바이를 사용한다.
몽골에서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여러 개의 음악 채널을 볼 수 있다. 주로 최신 음악만 눈에 띄는 유튜브와는 다르게 중, 장년층에서 좋아할만한 몽골 성인 가요의 뮤직 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다. 뮤직 비디오를 보다 보면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인 한국의 트로트와는 약간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뮤직 비디오에 ‘말’과 ‘자연’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주변에 물어보면 그런 노래들의 가사는 정말 ‘말’과 관련이 되어 있다든지, 사랑 이야기 혹은 자연과 고향을 동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말이 노래를 부르지는 않는다)
이런 장르의 뮤직 비디오에는 몽골의 멋진 풍광을 담고 있어서 화려한 무대 장치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준다. 마치 노래방에서 자주 나오던 임창정의 ‘소주 한잔’ 뮤직 비디오에 남녀 주인공 대신 제주도 한라산이 나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대충 이런 느낌)
한국인들에게 몽골은 ‘승마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유목을 해서 말을 키우는 비용이 저렴해서 그런지 도심만 벗어나면 흔하게 말을 구경할 수 있고 승마 하는 비용도 저렴하다. 관광업이 점점 발달하다 보니까 웬만한 지역 어딜 가도 승마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울란바토르에서 가까운 테를지만 가도 승마 체험장이 여러 곳 있다.
단순히 좁은 곳에서 잠깐 타보는 게 아니고 넓은 초원에서 1 ~ 2시간 즐길 수 있는 체험 상품이 많다. 물론 며칠 간 말을 타고 이동하는 ‘익스트림’한 상품을 취급하는 곳도 있다. 탁 트인 자연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한국에 있는 승마 동호회들에게 몽골은 반드시 가봐야 하는 성지 같은 곳이다. 몽골에 말을 사두고 업체에 관리를 맡긴 후 매년 들러 말을 타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열정이 있다면 즐길 수 있는 선택지는 다양하다.
개인적으로 말이 정말 똑똑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있다. 말을 타는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관광객이라면 말도 이를 알아채고 지시를 잘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 속도를 내보자는 명령을 해도 콧방귀도 뀌지 않고 걷기만 하거나, 물만 만나면 얼굴을 쳐박고 물을 마시기도 한다. 말을 장악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게 초보자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는 주인이 와서 엉덩이를 때려주면 살짝 달리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낙마 사고는 매년 발생하기 때문에 승마 체험 전 교육이나 헬멧, 무릎 보호대 등의 안전 장구가 중요하다. 하지만 안전 교육이나 안전 장구를 구비하지 않은 현지 업체가 대부분이라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한번 사고가 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요새는 여행사들도 이런 안전 문제에 대해서 의식이 생겼는지 안전 장구를 직접 구비하는 여행사도 있다고 한다.
몽골가요 참고
승마가 위험하긴 합니다. 지인 중에 승마하다가 쇄골 나간 분도 계시고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