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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혁명 이후, 서유럽 세계가 자본주의 체제로 발전하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시작되었다. 여성의 노동 조건은 남성들과는 차이가 있었던 터라 여성 노동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시위를 벌이면서 하나의 정치적인 운동으로 폭발하게 되었다. 

스페인 드라마 ‘마드리드 모던걸’에서는 1900년대 초반 스페인 통신회사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한국의 유교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가부장적인 스페인 사회에서 독립적인 여성으로서 운동가이자 평범한 시민으로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이때는 심지어 여성 운동을 하는 여성들에 대한 테러도 사회적으로 묵인되던 시대이다. 이처럼 유럽에서도 여성의 권리나 대우가 나아진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10년 독일의 노동 운동가 ‘클라라 체트킨’과 ‘알렌산드라 콜론타이’에 의해서 세계 여성의 날이 처음 만들어졌지만 세계 여러 국가에서 관련된 정치적 움직임을 방해했으며,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국제적인 연대가 쇠퇴를 맞는다. 하지만 유엔이 1975년에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기념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이를 기념하고 있다. 

몽골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각종 행사를 여는데 몽골 여성들이 ‘왕비’가 되는 날이다. 통상 가정에서는 여성의 날 전날에 특별한 외식을 하고 선물을 주며, 여성의 날 당일에는 ‘가사의 노동’에서 자유를 주는 편이다. 이날은 꽃 가게 최대 성수기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꽃을 들고 다니는 여성이 참 많은 날이다. 여성들끼리 호텔에서 홀을 빌려 파티나 행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여성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권리 신장을 위해서 시작된 최초 ‘여성의 날’ 본래 취지와는 약간은 다르게 자본주의화된 느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성들끼리 단합하는 화이트데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권리는 쟁취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주는 운동을 기념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전히 가정폭력이 만연한 몽골 가정에서 이 날을 빌어서라도 아내 혹은 여성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최근 몽골정부에서 내린 코로나 관련 지침 때문에 여성의 날 관련 모든 공식적인 행사는 취소되었다고 한다. 몽골 소비경제에 크게 이바지하던 ‘여성의 날’이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 때문에 쓸쓸히 지나가고 있다.